091 비오는 어느 날
특별히 무슨 일이 있지 않은 이상 비가 오는 날엔 매번 소우란이 신시아를 데리러 와줘. 그래서 신시아는 항상 고마워하는데 연차를 낸 휴일에 비가 오면 신시아는 창밖을 바라보다가 후다닥 무릎까지 오는 노란색 레인부츠를 신고 소우란의 큰 우산을 들고 마중나갈 것 같아... 해혼조 본부 앞까지 온 신시아가 앞에 서 있을까 생각하고 있으면 그녀를 알아본 조직원이 안으로 얼른 모실 거야. 조직원이 우산을 가져가 물기를 제거한 뒤 다시 돌려주면 신시아는 응접실에서 따뜻한 차를 한 잔 마시면서 기다리고 있으면 소우란이 금방 오겠지.
“비가 오는데 여기까지 어떻게 왔어.” 걱정되면서 기쁘기도 한 마음을 담아 물으면 신시아는 “네가 보고 싶어서 기다릴 수 없었어.”라고 말 할 거야. 자신을 보고 싶었다고 말하는 게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소우란은 신시아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금방 올 테니 잠시 기다리라고 말을 남기고 하던 업무를 마저 정리하러 가겠지. 얼마 안 지나서 돌아온 소우란이 신시아의 손을 잡고 해혼조를 나서는데 신시아가 소우란을 마중 나온다고 오긴 했지만, 결국 돌아갈 때는 소우란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둘이 함께 지내는 집으로 돌아갈 거야. 한 집에 사는 소샤의 비 오는 어느 날의 모습.
092 K패치 이름
신시아는 ‘辛西亚’ 이런 한자를 쓰는데 이름 그대로 옮겨와서 성은 신씨, 이름은 시아일 것 같아. 어감 자체가 한국 이름으로 전혀 어색하지도 않고, 소우란은 애칭으로 항상 ‘시아’라고 불러주거든. 그리고 소우란은 고민이 참 많았는데 원래 한자는 ‘苍澜’으로 푸를 창, 물결 란이라는 뜻이야. 이걸 어떻게 하면 예쁘게 바꿀 수 있을까 고민을 심각하게 하던 중에 지인분이 물결 도에 바다 해로 ‘도해’가 어떠냐고 하셨는데 너무 예쁜 이름인 것 같아. 어감도 부드러우면서 뜻도 원래 이름과 비슷한 게 딱 잘 어울리는 거 있지.
093 뒷모습
소우란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언제나 신시아의 뒷모습을 볼 것 같아. 그게 일상생활에서 나오는 배려처럼 엘리베이터를 잡아주고 먼저 타라고 하든가 문을 열어주고 먼저 들어가게 한다든가 걸을 때도 옆에서 걷지만 미세하게 신시아보다 뒤에 있어서 자신의 시야 안에 둘 것 같아. 대학생때도 신시아를 뒤에서 지켜보는 쪽이었기도 하고. 근데 이렇게 신시아의 뒤에 서 있는 건 종말에서도 같지 않을까? 흑문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신시아를 뒤에서 쳐다볼 것 같아. 붙잡을 수 있을까? 말릴 수 있을까? 항상 언제나 자신의 시야에 두고 지켜보았는데 종말에서도 신시아의 뒷모습을 본다면 지금까지 보았던 신시아의 모습이 오버랩 될 거야. 언제나 자신보다 앞서가는 그녀를 보며, 지켜보는 쪽이었던 소우란은 그 순간 신시아의 뜻을 알면서도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해. 언제나 계획적이고 신중했던 소우란이 충동적으로 변하는 이유는 신시아일 거야.
094
소우란 가을 겨울에 집에서는 느슨하게 면바지에 아이보리색의 오버핏 브이넥 니트 입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샤가 만들어준 레몬청으로 따뜻하게 레몬차 마실 것 같아.
095 커플 잠옷
커플 잠옷 입은 소샤가 보고 싶어··· 지인에게 선물 받은 것도 좋고, 같이 골라서 산 것도 좋아. 개인적으로는 실크로 된 하얀색 잠옷을 입어줬으면 좋겠어. 두 사람은 하얀색이 참 잘 어울리거든. 하지만 어두운 계열도 잘 어울릴 거고 좀 더 어른스럽게 보일 듯해. 신시아가 어디서 알록달록한 귀여운 파자마를 사 와서 소우란한테 주면서 “입어줘!”하는 것도 보고 싶어. 소우란은 신시아가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며 그걸 또 갈아입고 오겠지. 처음 입어보는 옷이 약간 어색해서 어깨를 살짝 으쓱하면 신시아가 잘 어울린다고 엉덩이를 토닥거려줄 것 같아.
096 술 취향
신시아는 대학교 1학년 때는 맥주를 주로 마셨고, 3-4학년 때는 소주를 마실 것 같아. 처음 술을 마실 땐 소주가 너무 쓰고 맛없었는데 마시다보니 소주가 달다는 걸 알게 되고 익숙해져서 소주도 잘 마실 수 있게 될 거야. 그리고 중앙청 지휘사로 있는 지금은 와인을 좋아할 것 같아. 술을 잘 하진 않지만, 이것저것 마셔본 결과 와인이 잘 맞았던 거지. 가끔 소우란이랑 저녁에 간단하게 식사하며 둘이서 한 잔 할 때도 많을 것 같고 그래. 식사 후엔 딱 기분 좋은 상태로 나른하게 소파에 기대어 영화도 볼 것 같고.
그런데 사실 제일 좋아하는 건 칵테일이래. 그래서 소우란이 좋은 칵테일 바에 가끔 데려갈 것 같아. 칵테일 중에서도 신시아는 시 브리즈(Sea Breeze)를 좋아할 것 같아. 바닷바람이라는 뜻을 가진 칵테일인데 보드카에 크렌베리주스, 자몽주스를 넣어 도수도 낮고 달달하거든. 마시면 시원하고 달달한 게 기분이 금방 좋아하는데 꼭 바닷바람을 맞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대. 아무튼 신시아가 가볍게 잘 마시며 좋아하는 칵테일인데 마치 색상이 꼭 신시아의 분홍색 투톤머리카락이 떠오르기도 하고··· 언제나 발그레한 뺨과 같아보이기도 하고···
나중엔 소우란도 신시아한테 물들어서 시 브리즈를 마실 것 같아. 그리고 시 브리즈를 마실 때면 칵테일의 이름처럼 언젠가 신시아와 함께 해변을 거닐며 바닷바람을 맞았던 기억이 떠오르고 바람에 휘날리는 신시아의 머리카락과 그 사이로 미소가 보이겠지. 소우란에게 시 브리즈=신시아가 될 거야.
097 대학교 인싸
대학생때 소우란이랑 신시아 둘 다 인싸였을 것 같아. 근데 좀 둘이 좀 다른 부류의 인싸일 것 같아⋯ 소우란은 그냥 주변에 사람이 많이 달라붙는 유형일 것 같고, 신시아는 주변 사람들이랑 잘 어우러지는 유형일 것 같은 느낌. 근데 둘 다 호감형은 맞지만, 소우란은 오히려 말 걸기 좀 어려우면서도 다들 말 한 번 걸어보고 싶은 어쩌구⋯ 신시아는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어쩌구⋯ 강의실에 소우란 혼자 가만히 앉아있으면 여자 남자 안 가리고 주변에서 슬금슬금 다가와서 친한 척하는 사람도 있을 거 같고 그래.
098 총상
소우란이 아모스에게 배신당할 때 총에 맞았는데 복부에 총상을 입지 않았을까 싶어. 환상야화에서 동굴에 갇혔던 소우란 과거 보면 자신의 신기와 완전히 마주하기 전까지 총상이 전혀 회복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죽지도 않은 채 유지되고 있었다고 하는데 불사의 감로수를 받아들이고 나중에 구출되고 나서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그 상처는 제대로 아물지 못해서 흉터가 남아있다면 어떨까··· 나중에 복부에 흉터가 그대로 남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된 신시아는 가끔 손으로 소우란 배를 옷 위로 쓸으면서 가만히 쳐다볼 것 같아.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신시아도 처음에 급하게 호출을 받고 소우란에게 환력을 공급해줬는데 나중에 의사한테 총상이 있었다는 얘기 듣고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동굴에 갇혀있었던 건지 생각하며 괴로워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가끔 시간이 지나서도 훙터가 남은 소우란의 배를 쓸으며 혼자 속상해하고 울적해할 거 같아.
099 존댓말
소샤의 나이 차이는 1살로 신시아가 소우란보다 어리지만, 둘은 반말하는 사이이고, 신시아는 ‘소우란’, 소우란은 ‘시아’라고 호칭하는데 두 사람이 결혼 후에는 존댓말을 사용하는 것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서로를 더 아껴주고 존중하며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로 말이야. 화가 나거나, 속상한 일이 있어도 꼭 존댓말을 사용하기로 하는데 항상 반말을 사용하다가 존댓말을 사용하려니 쑥스러우면서도 설레겠지. 아침에도 “여보, 일어났어요?”라고 물어보고, 신시아가 중앙청 업무를 마치고 퇴근할 때에는 소우란이 “퇴근했어요? 내가 데리러 갈게요.” 할 것 같아.
100 길고양이
신시아는 평소에 집 주변 길냥이들 챙겨줘. 그리고 그걸 눈여겨보던 소우란이 신시아가 야근을 하게 돼서 길냥이들 밥을 못 챙겨주게 된 어느 날 신시아 대신 밥을 챙겨줄 것 같아. 분명 지금 일하면서도 길냥이들이 밥을 굶지 않을지 걱정하고 있을 게 뻔히 보였거든. 중앙청에서 야근을 끝내고 밤에 뒤늦게 호다닥 달려온 신시아가 제일 먼저 집에 오자마자 하는 건 고양이 밥을 챙겨주는 걸 거야. 물과 닭가슴살을 챙기고 나와 길냥이들한테 내밀어주는데 안 먹으니까 갸웃거리다가 다른 사람이 챙겨줘서 잘 얻어먹었을 거라고 흐뭇해하는 거지. 그 뒤로도 신시아가 야근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면 소우란은 어김없이 신시아의 집 주변에 찾아가 길냥이들을 챙겨주겠지.
그런 일이 몇 번이나 반복되다가 데이트 약속을 잡은 날 소우란이 신시아를 만나러 집 앞에 왔는데 그때 마침 길냥이들 밥을 챙겨줄 시간이었을 거야. 신시아가 귀여운 거 보여주겠다고 소우란 손 잡고 어디론가 데려가는데 길냥이들이 날 모여있는 장소이겠지. 신시아가 다정하게 길냥이들을 부르는데 애기들이 밥그릇 들고 있는 신시아도 아니고 소우란한테 달려가 붙을 것 같아. 그 모습을 보고 신시아는 얼빠진 표정을 지을 거야. 소우란은 신시아의 눈치를 보면서 잠깐 어색한 듯하더니 허리를 굽혀 자신의 다리에 몸을 비비는 길냥이들을 손가락으로 살살 쓰다듬어줄 거야. 그러면 좋다고 발라당 배까지 까는 걸 보고 신시아는 충격과 배신감에 빠지겠지. 왜냐면 자기한테는 저렇게 빨리 마음을 열어주지 않았던 것 같거든. 결국 소우란한테서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전해 듣고 어쩐지 자기가 늦게 밥을 챙겨주러 와도 배가 빵빵했다며 의문을 가졌던 게 전부 풀리겠지.
그리고 소우란이 능숙하게 고양이를 쓰다듬는 걸 보는데 자신보다 더 친해 보이는 모습도 그렇고, 약간의 질투심도 생길 것 같아. 신시아가 길냥이들 옆에 쭈그려 앉아서 소우란을 빤히 쳐다보면 그 눈빛을 눈치 챈 소우란이 살짝 웃으며 신시아 머리도 쓰다듬어줄 거야. 그러면 신시아는 기분 좋다는 듯이 해사하게 미소를 짓겠지. 작은 소동이 마무리 되고 신시아는 소우란한테 폭 안겨서 길고양이 챙겨주는 건 어떻게 알았냐고 물으면 소우란은 “내 관심은 전부 너니까.”라고 답하겠지. 소우란이 길냥이에게 관심을 가진 건 온전히 신시아 때문이었고 신시아가 아니었다면 신경쓰지 않았을 거야. 소우란은 자신의 품에서 동그랗게 눈을 뜨고 올려다보는 신시아를 바라보면서 피식 웃고는 이마에 다정히 입맞춰줄 테지.